수상작

2023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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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자』 (민음사, 2018)


1975년 4월, 남베트남 육군대위이자 CIA 비밀요원인 ‘나’는 사이공이 함락당하기 전 상관인 장군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탈출한다. 하지만 사실 ‘나’는 북베트남이 남쪽에 심은 고정 간첩이었다. ‘나’는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자이자 이중간첩으로 살아가며 베트남인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베트남전 직후 베트남과 미국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고 풍자적인 문장과 고도의 실험적인 문학 장치로 통찰하는 소설이다.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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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 타인 응우옌


1971년 3월 13일 베트남에서 태어난 미국 소설가, 교수. 1975년 사이공이 함락되면서 가족 전체가 미국으로 이주하여 거기서 자랐다. UC 버클리에서 영문학과 민족학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USC에서 영문학과 미국에서의 소수 민족학을 강의하고 있다.
2016년 첫 장편 소설인 『동조자』로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앤드루 카네기 메달 문학 부문, 데이턴 문학 평화상, 에드거 어워드 첫 소설상, 아시아/태평양 미국 문학상, 캘리포니아 첫 소설상 등을 휩쓸었다. 또한 『동조자』는 <뉴욕 타임스 ><가디언 ><월 스트리트 저널 ><슬레이트 ><워싱턴 포스트 >를 비롯한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2017년 2월 소설집 『난민』을 펴냈으며, 2022년 『동조자』의 후속작인 『헌신자』를 출간했다.

번역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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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용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배화여자대학교, 그리스도대학교, 성결대학교 등에 출강했으며 현재 소설 분야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동조자』 외에도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공역), 오 헨리의 『오 헨리 단편선』,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마거릿 애트우드의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조앤 라모스 『베이비 팜』,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 에시 에디잔의 『워싱턴 블랙』, 비엣 타인 응우옌의 『헌신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2023년 수상작 총평

디아스포라의 본질을 꿰뚫는 소설

우리는 베트남 전쟁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1975년의 비극적인 결말과 보트 피플에 대해서, 한국군의 참전에 대해서, 종전 이후 베트남의 경제성장에 대해서. 또한 미국에 정착한 베트남 난민들의 생존기에 대해서도 들은 게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정보는 저마다 조각난 사실들에 불과해 어둠에 가려진 진정한 진실을 왜곡하고 있을 뿐이다. 이 전쟁의 승리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인가?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베트남에서 자행된 폭력과 파괴에 대해 책임과 피해의 비율을 매길 수 있는가? 베트남에 대한 세계와 미국의 냉혹하거나 따뜻한 시선들은 실상 모종의 합리화를 위한 무의식적 충동의 발현이 아닐까?

비엣 타잇 응우엔의 『동조자』은 이 혼돈스러운 의혹의 대 광상(鑛床)을 정면으로 굴착해 들어간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화자(話者)는 침탈자와 피식민지인의 혼혈로 태어났다는 탄생의 운명에 더 해 베트남 두 정부의 이중간첩이라는 특이한 신분으로 이미 ‘베트남 문제’의 양극성과 불가해성을 은유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는 객관적 관찰자이자 동시에 작품 속 사건의 개입자라는 이중성으로 작품 속의 사건들을 분열된 시선으로 비추며 전개시킨다. 이 독특한 구조의 진행을 통해 작가는 베트남 현대사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의 추호의 건설의 의지도 궁극적으로 파국에 기여함으로써 모두가 악의 공조자로 전락함을 폭로한다.

그 사태를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면, “누구도 국가를 대변할 수 없는데, 국가는 모두의 존재 근거로 작용한다”라는 사실일 것이다. 또한 국가의 결여로 인해 모두가 유령으로 화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남긴 족적은 진짜 인간의 그것들이라는 점이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 대한 체험의 기록이자 판결문이다.

이로써 이 작품은 베트남 이민자들의 상황을 넘어 ‘디아스포라의 본질’을 꿰뚫는다. 우리는 모두 진정한 자기를 찾으려 한다. 그런데 그 ‘자아’는 오로지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디아스포라 문제의 근본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바로 이 두 문장의 모순 속에 있다.

문제의 본질을 파고 들어가는 작가의 솜씨는 사건의 전개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문학 작품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언어의 질감일 터인데, 작가는 감각적인 비유들과 주밀하게 짜여진 구성, 어휘 다의성의 교묘한 활용을 통해서 작품 주제애 대한 느낌을 독자 자신의 체험으로 옮기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한국의 정착민 독자들도 한 순간 지상 너머로 유체 이탈하는 경험을 하면서, 그 사건의 의미를 곰곰이 궁글리게 될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독자들이 이 책 때문에 놀라고 당황하기를 바란다.” 독자는 그 호언을 실감하리라.

- 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