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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LIST 2022 : 마음에 기대 선을 긋다 06
2022-09-26 11:09
이민진, 파친코 (2022, 인플루엔셜)
LEE Min Jin, Pachinko (2017, Grand Central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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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298-299쪽
“왜 아직도 일본은 여기서 4대째 살고 있는 조선계 주민들을 두 나라로 구분하지? 넌 여기서 태어났어. 외국인이 아니라고! 정말 미친 짓이야. 너희 아버지도 여기서 태어났고. 근데 왜 두 사람이 남한 여권을 가지고 다녀야 해? 참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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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334쪽
“너희는 조선어를 읽을 줄 알아야 해. 언젠가 조선으로 돌아갈지도 몰라.” 한수가 말했다.
“예, 선생님.” 노아는 조선이 자신도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평화로운 곳일 거라고 상상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자랐던 평양이 아름다운 도시라고 했고, 엄마 고향인 영도는 청록색 바다에 물고기가 많은 고요한 섬이라고 했다.

2권. 53쪽
선자는 경희가 창호한테 기다려달라고 하기를 바랐지만, 그랬다면 경희답지 않았을 것이다. 창호는 남편을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사랑했고 어쩌면 그것이 경희를 사랑한 이유일 터였다. 경희는 자신의 본질을 훼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2권. 181쪽
아내와 아이들을 삶의 두 번째 기회로 여기며 소중하게 대했지만 결코 현재의 삶이 새로 태어난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선인으로 살아온 삶이 시커멓고 묵직한 바윗덩어리처럼 가슴에 걸려있었다.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두려워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2권. 299쪽
피비는 한반도가 둘로 갈라진 후에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이 종종 여러 차례 남북한 중 한쪽을 선택해야 했고 이에 따라 거주신분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솔로몬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조선인이 일본 시민이 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고, 한편으로는 그런 일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2권. 300쪽
반면에 솔로몬의 조선어는 형편없었다. 솔로몬은 그동안 모자수와 함께 남한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곳 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을 일본인으로 대했다. 귀향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대단히 즐거운 방문이었다. 얼마 후에는, 으스대며 자기만 옳다고 믿는 한국인들에게 그들의 모국어가 일본어인 이유를 설명하려고 애쓰느니 맛있는 숯불구이를 먹으러 온 일본인 관광객 행세나 하는 것을 훨씬 편안하게 여기게 됐다.

2권. 353-354쪽
하지만 일본인이 되는 것보다 미국인이 되는 것이 더 나을까? 솔로몬은 일본으로 귀화한 조선인들을 알았고 그것이 타당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다. 피비의 말이 옳았다. 일본에서 태어나고도 남한 여권을 갖는 것은 이상했다. 귀화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었다. 다른 조선인이 이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더 이상 상관없었다.
SHORTLIST 2022 : 마음에 기대 선을 긋다 06
SHORTLIST 2022 : 마음에 기대 선을 긋다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