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타인들의 나라』 (문학과지성사, 2022)
오렌지와 레몬, 서로 다른 이질적 요소가 합쳐져 탄생한 열매 ‘시트랑주’.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모로코 남성 아민과 프랑스 여성 마틸드는 프랑스와 모로코, 식민과 피식민이라는 서로 다른 배경 속에서도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그러나 모로코로 이주하며 그녀는 외국인이자 여성, 아내로서 타인의 뜻에 휘둘리는 자신의 현실을 직면한다. 주권 없는 식민지, 남성 중심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세밀한 묘사와 힘 있는 문체로 생생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레일라 슬리마니
모로코에서 태어나 파리로 이주하여 고등 교육을 받은 그녀는, 파리정치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12년까지 기자로 활동했다. 2013년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2014년 첫 소설 『아델, 그녀(Dans Le Jardin De L'Ogre)』로 데뷔했다. 2016년 두 번째 소설 『달콤한 노래(Chanson douce)』로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독자와 평단,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2017년에는 유려하고 매혹적인 프랑스어 문장력을 인정받아 프랑스어 진흥 대통령 특별 대사로 임명됐다. 같은 해 모로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섹스와 거짓말(Sexe et mensonges)』을 출간했다. 『타인들의 나라』는 총 3부작으로 2020년 1부 『타인들의 나라(Le pays des autres)』, 2022년 2부 『Regardez-nous danser(한국어판 미출간)』, 2025년 3부 『J'emporterai le feu(한국어판 미출간)』가 차례로 출간됐다. 또한 2023년에는 국제 부커상 심사위원장을 맡아 문학계에서 국제적인 위상을 확고히 했다.
황선진
파리 10대학에서 고고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20~21세기 현대 미술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술사 강의와 프랑스 문학을 번역하며 미술과 문학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2020년 『타인들의 나라』를 번역했으며, 다음 번역 작품을 준비 중이다.
레일라 슬리마니의 『타인들의 나라』는 옛 식민지의 남성과 결혼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현대판 디아스포라의 복잡한 타래를 꼼꼼히 풀어 나갑니다. 포스트-식민주의 상황에서의 정치적 긴장, 문명과 봉건의 충돌, 성 역할 분배의 모순 등이 저마다의 무늬를 그리면서 사람의 몸 안에서 기묘하게 뒤섞이고, 그 몸의 고난이 모녀의 대물림을 통해 신생의 전류를 서서히 발전시킵니다. 이 과정은 절실한 체험을 경유해 피어나는 몸의 변화에 의해 독자의 눈을 두드립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각성의 잔잔한 물결이 존재의 신비를 증거합니다.
-부천 디아스포라 문학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