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파친코』 (인플루엔셜, 2022)
일제 식민지 치하, 부산 영도에서 살던 양진은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돈을 받고 언청이에 절름발이인 훈이와결혼을 한다. 이들의 딸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두 명의 아들을 낳고, 그 아들들이 자라 또다시 일본에서 아들을 낳는다.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이방인으로 분류되며 일본 주류 사회에서 끊임없이 차별받는 ‘자이니치’들의 슬픈 현실을 4대에 걸쳐서 담아내고 있다.
이민진
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경계인으로서의 날카로운 시선과 공감을 바탕으로한 통찰력으로 복잡다단한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며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을 잇는 작가’라는 찬사 속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작가는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했으나, 건강 문제로 그만두게 되면서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2004년부터 단편소설들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08년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Free Food for Millionaires>으로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두 번째 장편소설 <파친코>는 작가가 역사학과 학생이었던 1989년에 ‘자이니치’라 불리는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후 2017년 출간되기까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집필한 대작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남편과 함께 4년간 일본에 머물며 방대하고 치밀한 조사와 취재 끝에 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4대에 걸친 가족사를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일본 버블경제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룬 이 책은 출간 즉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아마존, BBC 등 75개가 넘는 주요 매체에서 앞다투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고,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33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른 <파친코>는, 2022년 애플TV에서 8부작 드라마로 제작․방영되어 다시 한번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이민진 작가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의 완결작이 될 세 번째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 Photography by Beowulf Sheehan
신승미
『파친코』 개정판(인플루엔셜, 2022) 번역가.
조선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번역 일을 시작하기 전에 6년 동안 잡지사 기자로 활동했다. 16년 동안 영문 도서 50여 권을 번역했다. 번역한 책으로는 『행복의 발견 365』, 『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여보세요, 제가 지금 죽고 싶은데요』, 『진홍빛 하늘 아래』, 『산부인과 의사가 알려주는 V존의 모든 것』, 『우리 강아지, 이럴 땐 어쩌죠?』,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나는 나부터 사랑하기로 했다』, 『오렌지 주스의 비밀』, 『여자를 위한 헝겊토끼 원칙』, 『왜 나는 제자리인가』, 『생의 모든 일은 오늘 일어난다』, 『블루존』, 『언브로큰』, 『하트북』,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등이 있다.
이미정
『파친코』 초판(문학사상, 2018) 번역가.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의 전속 번역가로 활동하며 끝없는 우주와 같은 번역 세계에서 길을 찾아 나가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사라 페너의 『넬라의 비밀약방』, 니콜 르페라의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 루앤 라이스의 『완벽한 그녀의 마지막 여름』, 레시마 소자니의 『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등 다수가 있다.
생존의 드라마로 인간의 품격을 묻는다.
이민진의 『파친코』는 재일조선인의 4대에 걸친 가족사를 촘촘하고도 정확한 묘사와 질긴 힘줄의 서사를 통해 재현함으로써, 생생한 체험을 접하는 절실한 느낌으로 독자의 가슴을 박동시킨다. 이 절박한 생존의 이야기는, 한편으로 19세기말부터 끊임없는 외세의 내습으로 난바다를 표랑하는 조각배의 처지가 된 모국 조선의 고난을 암시하면서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정처를 잃고 낯선 땅들을 떠도는 불우한 운명에 처한 전 세계 유랑민의 ‘디아스포라’를 대표한다.
이 작품의 일차적인 미덕은 무엇보다도 도처에서 시시각각으로 닥치는 위협에 맞서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방책을 구해 온 인간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준 데 있을 것이다. 독자는 예기치 않게 급습하는 운명의 광포한 힘에 전율하는 한편, 그에 맞서는 인간의 생명력에 벅찬 응원을 보낸다. 『파친코』에서 운명과 인간의 대결은 다채로운 사건들을 통해 다양히 변주됨으로써 실감에 진실을 더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생존의 드라마가 아니다. 작가는 사건과 그 후과를 보여주는 내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시종 던진다. 요컨대 인간은 인간의 품격을 증명하면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거짓을 행하고 엄살을 떨고 우연에 기대어서 짐승처럼 살아남는 건 의미있는 생존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내가 삶에 대해 가치 있는 존재가 될 때, 삶도 내게 가치있다는 윤리적 사실이다. 그 점에서 『파친코』는 고결성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그것은 모든 독자를 품위로 감싸며 정신의 가파른 계단을 의연하게 오를 결심을 하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었다고 하리라.
- 제2회 부천 디아스포라 문학상 심사위원회